현대 미국의 유리 온실과 텃밭

독일보다 170년 빨랐다 — 산가요록의 조선 온실, 기름 먹인 한지가 유리를 대신한 방법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전순의, 《산가요록(山家要錄)》 ‘동절양채(冬節養菜)’ 조 (세조 재위 1455~1468년 사이로만 추정), 사이언스타임즈 「세계 최초의 친환경 ‘조선 온실’」, 이슬기 객원기자, 2015.11.10, 이호철, 「조선전기 ‘동절양채(冬節養菜)’ 농법의 탄생 — 채소농법과 온돌기술의 결합을 중심으로」, 『농업사연구』 2권 1호(2003), 31~65쪽, 한국농업사학회
자료 시점 — 15세기 조선 문헌 + 2015년 과학사 해설 기사
정리 — Timonology 편집팀 · 2026.9

겨울에 채소를 기르려면 온실이 있어야 합니다. 온실의 기본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난방, 채광, 가습. 그런데 유리도 비닐도 없던 시대에 이 세 가지를 전부 해결한 기록이 조선 전기 문헌에 남아 있습니다.

세조 때 어의(御醫)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의 ‘동절양채(冬節養菜, 겨울철 채소 기르기)’ 조입니다. 난방 온실의 시작을 흔히 1619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온실로 보는데, 산가요록의 기록은 그보다 약 170년 앞섭니다. (더 이른 서양 사례로 로마 시대에 기름 먹인 천이나 운모(mica) 판(specularia)으로 덮은 «큐컴버 하우스», 1545년 파도바 오랑제리가 있지만, 하이델베르크는 이 중에서도 흔히 꼽히는 기준점입니다. 다만 하이델베르크는 난로로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었고, 산가요록처럼 «흙 자체를 데우는 지중가온»은 아니었습니다 — 이 글이 주목하는 진짜 차별점은 바로 그 지중가온입니다.)

짓는 법은 이렇습니다

산가요록이 적어 둔 방법은 구체적입니다. 집의 크기는 형편대로 하되, 삼면에는 벽을 쌓고 기름종이(기름 먹인 한지)를 바릅니다. 볕이 드는 남쪽 면에는 살창(가는 나무를 성글게 짠 창)을 달고, 여기에도 똑같이 기름종이를 바릅니다. 밤에는 이 창을 두꺼운 거적(짚 덮개)으로 덮어 보온했습니다.

⇒ ★핵심은 바닥입니다. 연기가 새지 않게 구들(온돌)을 놓고, 그 위에 한 자 반(약 45cm) 높이로 흙을 쌓습니다. 방을 데우는 온돌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사람이 아니라 흙과 작물을 데우는 데 쓴 것입니다. 그 흙에는 날마다 이슬처럼 물을 뿌려 주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온돌 난방 구조를 가진 조선시대 전통 한옥
⚠️산가요록 온실이 남아 있는 실물 사진이 아니라, 안동 하회마을의 조선시대 전통 한옥입니다. 이 글이 다루는 온실은 이런 한옥과 같은 «온돌 구들» 위에 흙을 쌓아 지은 구조였다는 점을 보여 주려고 실었습니다. 사진: Bernard Gagnon / Wikimedia Commons (CC0)

땅부터 데운다 — 하이델베르크 온실과 갈리는 지점

온실은 보통 공기를 데워 실내 온도를 올립니다. 하이델베르크 온실도 그랬습니다. 난로로 공기를 데우고, 그 열기를 온실 안에 불어넣는 방식이었습니다.

⇒ ★★그런데 조선의 온실은 반대로 아래(지하부)부터 데웁니다. 온돌 난방으로 흙 온도를 높여 유지했습니다(원문에 온도를 특정 수치로 명시한 대목은 없습니다). 뿌리가 있는 땅을 먼저 데우고, 그 위의 공기는 땅에서 올라오는 열로 자연히 데워지는 순서입니다. 식물은 잎만이 아니라 뿌리도 자라야 하는데, 공기만 데우는 방식은 뿌리 쪽 저온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오늘날 온실에서 온수 파이프로 지열을 보강하는 방식이 새로 도입되고 있다는 것도, 거꾸로 말하면 «땅부터 데우기»가 원래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유리 대신 기름 먹인 한지 —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합니다

채광창에 유리 대신 기름 먹인 한지를 쓴 것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닙니다. 이 한지는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했습니다.

  • 빛을 들인다 — 빛 투과율이 높아 햇볕을 충분히 통과시켰습니다. 외벽뿐 아니라 안쪽 벽에도 발라, 들어온 빛이 실내에 고르게 반사되도록 했습니다.
  • 비를 막는다 — 들기름을 먹인 한지는 내구성이 강해진다고 알려져 있어, 들이치는 빗물을 감당했습니다(정확한 인장강도 실측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습도를 조절한다 — 국립농업박물관은 이 성질을 «고어텍스의 기능과 동일»한 것으로 비유합니다 — 방수성과 투습성을 동시에 가져, 작은 수증기 입자는 한지를 통해 빠져나가되 물은 들이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 비유가 실측 데이터로 검증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유리는 빛은 통과시키지만 습도는 조절하지 못하는 재료입니다. 기름 먹인 한지는 «빛을 통과시키면서 동시에 숨을 쉬는» 재료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보다 온실이라는 밀폐 공간에 더 맞는 성질을 갖고 있었습니다.

습도를 능동적으로 더하기도 했습니다

한지가 결로를 막아 주긴 했지만, 조선의 겨울은 원래 건조합니다. 그래서 산가요록의 온실은 습도를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하는» 장치까지 갖췄습니다. 원문은 「가마솥을 벽 안에 걸어 아침저녁으로 솥 안의 수증기가 방 안에 두루 퍼지게 한다」고 적습니다 — 아궁이 불로 물을 끓여 그 김이 벽을 타고 실내로 퍼지게 한 것입니다.

⇒ ★난방에 쓰는 불로 동시에 가습까지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하나의 열원(아궁이 불)에서 «땅 데우기»와 «가습»이라는 두 기능을 함께 뽑아낸 셈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온실과 비교하면

한국 과학 저널리즘은 두 온실을 대비하며 하이델베르크 쪽의 약점(난로로 데운 공기가 건조해 식물이 마르고, 스팀으로 보완하면 데쳐지는 문제, 석탄 소비와 유독가스)을 흔히 든다. 다만 1619년 하이델베르크 온실의 난방 연료·구체적 문제점을 직접 기록한 1차자료는 확인하지 못했다 — 이 대비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한국 매체가 즐겨 드는 서술»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 ⚠️조선의 온실이라고 만능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흐린 날이 이어지면 채광이 부족했을 것이고, 온돌을 유지할 땔감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다만 남아 있는 기록상으로는, «땅부터 데우기»와 «숨 쉬는 채광재(한지)»라는 두 설계 자체는 조선 온실이 실제로 갖췄던 특징입니다 — 이것이 하이델베르크식 온실의 문제를 «피해 갔는지»는 하이델베르크 쪽 1차자료가 없어 단정하지 않습니다.

실무 적용 — 재료의 «여러 성질»을 한 번에 써라

  • ★★한 재료가 여러 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는지 먼저 살피십시오. 기름 먹인 한지는 «빛을 통과시키는 재료»이자 «숨을 쉬는 재료»였습니다. 유리처럼 한 기능(채광)만 뛰어난 재료보다, 여러 요구를 동시에 채우는 재료가 전체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듭니다.
  • ★열원을 하나만 쓰지 말고, 그 열원에서 뽑아낼 수 있는 부수 효과를 같이 설계하십시오. 온돌 불로 난방과 가습을 동시에 해결한 것처럼, 하나의 에너지 투입에서 여러 결과를 얻을 여지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 ★«위쪽을 데울지, 아래쪽(기반)을 데울지»를 먼저 정하십시오. 결과물이 뿌리내려야 하는 대상(식물, 조직, 시스템)이라면 기반부터 안정시키는 쪽이 표면만 데우는 것보다 근본적입니다.

정리하면

  • 산가요록(15세기 조선)의 온실은 하이델베르크 온실(1619)보다 약 170년 앞서 기록된 인공 온실입니다.
  • 온돌 위에 흙을 쌓아 «땅부터» 데우고, 유리 대신 기름 먹인 한지로 채광·방수·투습을 동시에 해결했습니다.
  • 아궁이 불로 가마솥 물을 끓여 그 수증기를 온실 안에 끌어들여, 난방과 가습을 한 열원으로 함께 처리했습니다.
  • ⇒ 하이델베르크 온실과의 대비는 한국 과학 저널리즘이 즐겨 드는 서술이며, 하이델베르크 쪽 난방 문제를 직접 기록한 1차자료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조선 온실이 «땅부터 데우기»와 «숨 쉬는 채광재」를 실제로 갖췄다는 점입니다.

본 콘텐츠는 산가요록 ‘동절양채’ 조의 온실 구조를 정리한 해설입니다. 산가요록의 정확한 저술 연도(세조 재위 1455~1468년 사이로만 추정), 실제 온실의 크기·재배 작물 종류, 지역별 변형 여부는 이번 조사 범위 밖이라 다루지 않았습니다. ★원문에 흙(또는 실내) 온도를 특정 수치로 명시한 대목은 없으며, 「25℃」는 2015년 과학 저널리즘 해설 기사에만 있는 표현입니다(원문에 없는 수치이므로 본문에서 삭제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온실의 난방 연료·문제점에 대한 1차자료도 확인하지 못해 본문에서 단정을 뺐습니다. 최종 확인일: 2026-09-16.

작성: Timonology 편집팀 — 유리 없는 시대에 «채광재이면서 숨 쉬는 재료»를 찾아낸 방식으로 읽었습니다.

참고

  • 전순의, 《산가요록》 ‘동절양채’ 조
  • 사이언스타임즈 「세계 최초의 친환경 ‘조선 온실’」(2015.11.10, 이슬기 객원기자)
  • 이호철, 「조선전기 ‘동절양채’ 농법의 탄생」, 『농업사연구』 2권 1호(2003), 31~65쪽, 한국농업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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