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한옥마을의 기와지붕 골목과 멀리 보이는 도심 전경

못이 없는 게 아니라, 못에 기대지 않는다 — 한옥 목구조가 흔들림을 견디는 방식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보도자료 「세계유산 창덕궁과 종묘 석재의 암석도면과 산지정보 공개」(2026.5.28), 국가유산청 출범 및 국가유산 체계 개편(2024.5.17), 안동 봉정사 극락전 1972년 해체수리 기록, 숭례문 복구(2013)와 이후 하자 조사, 동아시아 목조 공포·두공 구조 연구(2023, European Journal of Wood and Wood Products·Journal of Building Engineering)
자료 시점 — 고전 구조 원리 + 2023~2026 자료(국내 목조 실측·구조해석 개별 보고서는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라, 확인 가능한 자료만 인용했다)
정리 — Timonology 편집팀 · 2026.7

북촌 골목에 서서 처마를 올려다보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 저 지붕은 무겁다. 기와 한 장이 3킬로그램 안팎이고, 그 밑에는 흙과 서까래가 겹겹이 깔려 있다. 그런데 그 무게를 받치는 것은 나무 기둥 몇 개다. 기둥은 땅에 박혀 있지도 않다. 그냥 돌 위에 얹혀 있다.

흔히 “한옥은 못을 하나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절반만 맞다. 정확히 말하면 골조가 못에 기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둥과 보, 도리와 창방은 서로의 몸을 파내고 끼워 물린다. 그것이 짜맞춤, 즉 결구(結構)다.

그러면 왜 그렇게 지었을까. 나무가 귀해서도 아니고, 쇠가 없어서도 아니다. 이 구조가 흔들림을 다루는 방식이 통짜로 굳혀 놓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옥은 버티는 집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움직이도록 허락된 집이다.

기둥은 땅에 박히지 않는다

한옥의 하중 경로는 위에서 아래로 이렇게 흐른다. 기와 → 서까래 → 도리 → 보 → 기둥 → 주춧돌 → 기단 → 땅.

맨 아래 두 층이 중요하다. 기단은 건물 바닥을 주변보다 높이 올린 단이다. 빗물이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1차 기능이고, 동시에 건물 전체를 올려 앉히는 받침이다. 그 위에 놓인 주춧돌이 기둥을 받는다.

여기서 결정적인 선택이 나온다. 기둥은 땅속에 묻히지 않는다. 주춧돌 위에 놓일 뿐이다. 묻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썩는다. 나무는 흙과 물이 닿는 경계에서 가장 빨리 상한다. 다른 하나는 기초와 기둥이 한 몸이 된다. 땅이 흔들리면 그 흔들림이 기둥으로 그대로 올라온다.

돌 위에 얹어 두면 반대가 된다. 지진처럼 지반이 옆으로 밀릴 때, 건물은 돌 위에서 아주 조금 미끄러지거나 들썩이며 그 힘의 일부를 흘려보낼 수 있다. 오늘날 고층 건물에 넣는 면진(免震) 장치와 원리가 같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이지만, ‘기초와 상부를 딱딱하게 붙이지 않는다’는 발상은 닮아 있다.

문제는 돌의 윗면이 평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연석 주춧돌은 울퉁불퉁하다. 그래서 그렝이질을 한다. 돌의 굴곡을 기둥 밑동에 그대로 옮겨 그리고, 그 선대로 나무를 깎아 낸다. 돌을 다듬어 나무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깎아 돌에 맞춘다. 접촉면이 넓어야 하중이 한 점에 몰리지 않고, 기둥이 흔들려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경주 동궁과 월지 복원 건물의 기둥과 공포, 처마 구조 근접 사진
경주 동궁과 월지의 복원 건물. 기둥 위에 짜 올린 공포와 그 위로 뻗어 나간 처마가 보인다. 사진: lumoplank / Wikimedia Commons (CC0)

짜맞춤은 ‘붙이기’가 아니라 ‘물리기’다

결구의 핵심은 장부(촉)와 장부구멍이다. 한쪽 부재 끝을 튀어나오게 깎고, 다른 쪽에 그만한 구멍을 파서 끼운다. 기둥머리에서 보와 도리가 만나는 자리처럼 여러 부재가 한 점에 모이는 곳은 서로 반씩 물어 들어가도록 파낸다.

못으로 박은 이음과 무엇이 다른가. 못은 한 점에서 힘을 받는다. 그 점에 응력이 몰리고, 반복해서 흔들리면 구멍이 넓어지며 헐거워진다. 반면 짜맞춤은 으로 물린다. 나무끼리 눌리고 비벼지며 힘을 나눠 받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짜맞춤 이음에는 아주 작은 여유가 있다. 완전히 딱 맞아 굳어 있지 않다. 이 여유가 결함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능이다. 지진이나 강풍으로 골조가 기울 때, 이음마다 나무가 조금씩 밀리고 눌리면서 에너지를 마찰과 변형으로 소모한다. 부재 하나가 끊어져 무너지는 대신, 수십 개의 이음이 조금씩 나눠 견딘다.

물론 여기에 과장을 얹으면 곤란하다. 목재는 습도에 따라 부풀고 줄어든다. 계절이 바뀌면 이음이 헐거워지기도 하고 다시 조여지기도 한다. 나무못(산지)을 박아 빠짐을 막고, 지붕 부재 고정 같은 세부에는 쇠못이 쓰이기도 했다. “못이 하나도 없다”는 표현은 골조의 원리를 가리키는 말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공포는 장식이 아니라 캔틸레버다

기둥 위에 얹힌 나무 뭉치가 공포(栱包)다. 네모난 받침(주두·소로)과 활 모양 부재(첨차·살미)를 층층이 엇물려 쌓아 올린 구조물이다. 화려해 보여서 장식으로 오해받지만, 하는 일은 명확하다.

  • 처마 하중을 기둥으로 옮긴다. 지붕이 기둥 바깥으로 크게 나가 있으므로, 그 무게를 다시 기둥 중심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 처마를 더 멀리 내민다. 공포가 층층이 밖으로 뻗으며 받침점을 옮겨 주니, 서까래를 더 길게 뺄 수 있다. 외팔보(캔틸레버)를 여러 단으로 겹친 셈이다.
  • 보에 걸리는 부담을 분산한다. 하중이 한 점이 아니라 여러 접점으로 나뉜다.

공포는 형식에 따라 나뉜다. 기둥 위에만 두는 주심포식,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촘촘히 얹는 다포식, 간략화한 익공식(초익공·이익공)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주심포식이 이르고 다포식이 뒤에 성해졌다고 보지만, 형식만으로 연대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역과 건물 성격에 따라 오래 병행되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목조 브래킷 구조의 지진 거동은 최근에도 활발히 연구된다. 2023년 European Journal of Wood and Wood ProductsJournal of Building Engineering에 실린 연구들은 중국 두공(斗栱)을 대상으로, 이 구조가 마찰·압축 변형·회전·밀림을 통해 지진 에너지를 흩어 버린다는 점을 다뤘다. 한국의 공포는 두공과 계통은 닿아 있지만 형식과 비례가 다르므로, 결과를 그대로 옮겨 붙일 수는 없다. 다만 ‘딱딱하게 저항하지 않고 변형하며 흡수한다’는 큰 그림은 공유한다.

처마는 왜 그렇게 길고, 왜 끝이 들리나

한옥의 처마는 벽에서 상당히 멀리 나간다. 이유는 세 가지가 겹친다.

첫째, 다. 처마가 짧으면 빗물이 벽과 기단을 때린다. 나무 기둥 밑동과 흙벽은 물에 가장 약한 부위다. 처마를 내밀면 빗물의 낙하 지점이 건물에서 멀어진다.

둘째, 다. 한국의 여름 태양은 높고 겨울 태양은 낮다. 처마를 적절히 내밀면 여름 한낮의 높은 볕은 막고, 겨울의 낮은 볕은 방 안 깊숙이 들인다. 계절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차양인 셈이다. 처마 길이를 조절해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조절했다는 설명은 여기서 나온다.

셋째, 이다. 처마가 길면 처마 밑이 어두워진다. 그래서 처마 끝을 살짝 들어 올린다. 곡선은 멋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들린 끝만큼 하늘이 더 보이고 반사광이 더 들어온다.

그런데 처마를 내밀수록 구조는 불리해진다. 기둥 바깥으로 나간 무게는 지렛대처럼 작용해 기둥머리를 밖으로 기울이려 한다. 그 모멘트를 감당하려고 공포가 층을 쌓고, 서까래 위에 짧은 부연을 덧대 처마를 한 번 더 연장한다. 긴 처마와 복잡한 공포는 따로 생긴 것이 아니라 한 문제의 앞뒷면이다.

북촌한옥마을 한옥의 처마와 서까래, 기와가 드러난 측면 사진
처마 끝을 받치는 서까래와 부연이 그대로 드러난 한옥 측면 (참고 사진). 사진: Bgag / Wikimedia Commons (CC0)

지금 이 구조는 어떻게 조사되고 있나

전통 목구조는 박물관 안의 지식이 아니다. 지금도 해체하고, 재고, 다시 짠다.

2024년 5월 17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개편되면서 관리 체계 자체가 바뀌었다. ‘문화재’라는 재화 중심 용어를 ‘국가유산’으로 바꾸고,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 세 갈래로 재분류했다. 목조 건축물은 문화유산이면서, 그것을 짓고 고치는 기술은 무형유산이다. 둘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것이 개편의 취지다.

조사 방식도 정밀해졌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2026년 5월 28일 세계유산 창덕궁과 종묘 석재의 암석도면과 산지 정보를 공개했다. 어느 부재가 어떤 암석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도면 단위로 정리한 자료다. 목구조 이야기에 왜 돌이 나오나 싶겠지만, 앞에서 본 대로 기단과 주춧돌은 이 구조의 출발점이다. 수리할 때 ‘비슷한 돌’이 아니라 같은 산지의 같은 암석을 쓸 수 있느냐가 건물 수명을 가른다.

궁궐 복원도 진행형이다. 경복궁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1차 복원정비사업으로 125동을 세웠는데, 이는 고종 대 500여 동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2011년 시작된 2차 사업은 2045년까지로 잡혀 있고, 2023년에는 광화문 월대와 동궁 계조당 영역 복원이 마무리됐다. 30년 단위로 굴러가는 사업이다.

오해와 쟁점 — 정직하게 짚을 것

  • “한옥은 지진에 강하다”는 통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짜맞춤·주춧돌 구조가 에너지를 흩는 데 유리한 것은 맞지만, 실제 성능은 부재 치수, 이음 상태, 목재의 노후도, 지반, 지진의 주기 성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개별 건물은 개별로 평가해야 한다.
  •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의 연대도 확정된 값이 아니다. 안동 봉정사 극락전은 1972년 해체수리 때 고려 공민왕 12년(1363)에 지붕을 크게 고쳤다는 기록이 나왔다. 대수리 주기를 100~150년으로 잡아 1200년대 초 건립으로 추정하는 것이지, 창건 연대가 문서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 ‘전통 그대로 복원’은 쉬운 말이 아니다. 2008년 2월 10일 불탄 숭례문은 2013년 4월 29일 복구를 마쳤지만, 그해 11월부터 단청이 갈라지고 벗겨졌다. 목재를 충분히 말리지 않고 썼다는 지적, 국내산 소나무 대신 다른 목재가 섞였다는 의혹이 이어져 수사와 소송으로 번졌다. 재료와 공정이 어긋나면 형태만 같은 건물이 된다.
  • 공포 형식으로 시대를 단정하지 말 것. 주심포·다포·익공은 유행의 중심이 옮겨 갔을 뿐, 시기별로 칼같이 갈리지 않는다.

직접 확인해 보는 법

  • 기둥 밑동과 주춧돌이 만나는 선을 먼저 보라 — 궁궐이든 사찰이든, 쪼그려 앉아 기둥 밑을 보면 나무가 돌의 굴곡을 따라 물결처럼 깎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렝이질이 살아 있는 건물과 시멘트로 메운 건물은 한눈에 갈린다.
  • 처마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라 — 서까래 끝에 짧은 각재가 한 겹 더 붙어 있으면 부연을 댄 겹처마다. 서까래만 있으면 홑처마다. 격식이 높은 건물일수록 겹처마인 경우가 많다.
  • 공포가 기둥 위에만 있는지, 기둥 사이에도 있는지 세어 보라 — 기둥 위에만 있으면 주심포 계열, 기둥 사이에도 촘촘하면 다포 계열이다. 답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세어 보는 순간 지붕 무게가 어디로 흐르는지가 보인다.
  • 수리 중인 건물을 피하지 말고 찾아가라 — 가림막이 쳐진 문화유산 수리 현장에는 대개 공사 안내판이 붙는다. 어떤 부재를 교체하고 어떤 기법을 쓰는지 적혀 있다. 완성된 건물보다 해체 중인 건물이 구조를 훨씬 정직하게 보여 준다.
  • ‘세계 최초’나 ‘완벽한 내진’ 같은 문장이 나오면 근거를 물어라 — 전통 건축 소개문에는 검증되지 않은 최상급 표현이 자주 섞인다. 실측 보고서나 연구원 공개 자료에 같은 문장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좋은 방어막이다.

한옥의 목구조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고정하지 않음으로써 오래 서 있는 구조. 기둥은 땅에 박히지 않고, 이음은 못으로 굳혀지지 않고, 지붕은 벽 바깥으로 나가 있다. 어느 하나도 ‘단단히 붙인다’는 상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지은 건물이 700년을 넘겼다. 흔들림을 막으려 하지 않고 흔들림을 다루기로 한 결정이, 이 구조의 가장 현대적인 부분이다.

이 글은 전통 목구조의 일반 원리와 공개된 기관 자료를 정리한 정보·해설 글이다. 개별 건물의 구조 안전성이나 연대는 해당 건물의 실측·수리 보고서를 따라야 하며, 본문의 서술을 특정 건축물의 진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진은 모두 Wikimedia Commons의 CC0 이미지이며, 본문에서 설명하는 특정 건물을 촬영한 것이 아닌 참고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작성 · Timonology 편집팀 — 한국 전통 과학·공학 유산을 현대 공학의 언어로 해설합니다. 복원·추정이 갈리는 사안은 단정하지 않고 학설을 함께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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