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의 처마가 길게 뻗어 나온 목조 건물의 정면

못을 쓰지 않고 지붕 무게를 받았다 — 공포와 배흘림기둥의 역할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의 부석사 무량수전 문화유산 정보, 주심포와 다포 등 공포 형식 구분에 관한 건축사 자료, 배흘림 기법의 착시 보정 해석과 구조 해석에 관한 견해, 목조 짜맞춤 구조의 변형 허용과 내진 특성에 관한 논의
자료 시점 — 고려·조선기 목조건축 및 현대 연구 기준
정리 — Timonology 편집팀 · 2026.8

한국의 옛 목조건축을 밖에서 보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이 처마입니다. 벽면에서 상당히 멀리 나와 있습니다.

이 형태는 비와 햇빛을 다루는 데 유리합니다. 여름에는 높이 뜬 해를 가리고, 겨울에는 낮게 든 볕을 들입니다. 비가 벽에 직접 닿지 않게도 합니다.

그런데 구조로 보면 부담입니다. 기와지붕은 무겁고, 그 무게 중 상당 부분이 기둥 바깥에 걸려 있습니다.

문제는 밖으로 나간 하중입니다

기둥 위에 얹힌 무게는 그대로 기둥을 타고 내려갑니다. 이건 간단합니다.

문제는 기둥 바깥으로 나간 부분입니다. 처마 끝의 무게는 기둥을 아래로 누르는 힘이 아니라 회전시키려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지렛대와 같습니다. 밖으로 멀리 나갈수록 그 힘이 커집니다.

이 힘을 그대로 두면 처마가 아래로 처지고, 기둥 상부가 바깥으로 밀립니다.

공포는 하중을 안쪽으로 되돌리는 장치입니다

기둥 위와 처마 사이에는 나무 부재가 겹겹이 짜여 있습니다. 이 짜임을 공포라고 부릅니다.

작동 방식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짧은 부재를 여러 단으로 겹쳐 쌓아 바깥으로 조금씩 내밉니다.
  • 각 단은 아래 단에 얹히고, 아래 단은 다시 그 아래에 얹힙니다.
  • 그래서 처마 끝의 하중이 한 번에 기둥으로 떨어지지 않고 여러 단을 거쳐 전달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중이 꺾여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바깥으로 나간 힘이 단을 거칠 때마다 안쪽으로 옮겨지고, 마지막에는 기둥 축 가까이로 모입니다.

한 부재에 걸리는 힘도 나뉩니다. 큰 부재 하나로 버티는 대신 작은 부재 여럿이 나눠 받습니다. 나무는 큰 것을 구하기 어렵고 결에 따라 성질이 다릅니다. 작은 부재를 짜는 방식은 재료 조달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목조 건물의 기둥과 처마 아래 짜임 구조가 보이는 측면
기둥과 처마 사이에 겹겹이 짜인 부재들. 이 짜임이 바깥으로 나간 하중을 기둥 축으로 되돌립니다. 사진: Bernard Gagnon / Wikimedia Commons (CC0)

형식에 따라 놓이는 자리가 다릅니다

공포가 어디에 놓이느냐로 형식이 갈립니다.

  • 기둥 위에만 놓는 형식이 있습니다. 하중이 기둥으로 곧장 모입니다.
  • 기둥 사이에도 놓는 형식이 있습니다. 하중을 받는 지점이 늘어나고, 처마를 더 멀리 내밀 수 있습니다. 대신 부재가 많아지고 공이 더 듭니다.

건물의 규모와 격식, 그리고 처마를 얼마나 내밀 것인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장식으로 보이는 차이가 실제로는 하중 전달 방식의 차이입니다.

기둥 가운데가 볼록한 이유

기둥을 자세히 보면 위아래보다 가운데가 조금 굵습니다. 이것을 배흘림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설명이 함께 붙습니다.

착시 보정으로 보는 설명. 곧은 기둥을 멀리서 보면 가운데가 잘록해 보입니다. 미리 볼록하게 만들면 눈에는 곧게 보입니다.

구조로 보는 설명. 기둥이 세로로 눌리면 가운데가 옆으로 휘려는 힘을 받습니다. 가운데를 굵게 하면 그 부분의 저항이 커집니다.

어느 쪽이 주된 목적이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한 가지 형태가 두 가지 문제를 함께 다루는 경우는 흔합니다.

지붕이 무거운 것이 손해만은 아닙니다

여기서 뒤집어 볼 대목이 있습니다. 기와지붕은 무겁고, 그 무게 때문에 공포 같은 장치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가볍게 만드는 편이 나았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게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첫째, 부재를 서로 눌러 붙입니다. 못을 쓰지 않는 구조에서는 접합부를 붙들어 두는 힘이 필요합니다. 위에서 누르는 무게가 그 역할을 합니다. 지붕이 가벼우면 짜임이 헐거워지고, 바람이 셀 때 들리려는 힘에 취약해집니다.

둘째, 흔들림의 주기를 늘립니다. 무거운 지붕을 인 건물은 천천히 흔들립니다. 짧고 빠른 흔들림보다 느린 흔들림이 짜맞춤 접합에 유리합니다. 접합부가 힘을 흘려보낼 시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셋째, 단열과 습도 조절에 기여합니다. 기와 아래에는 흙이 깔립니다. 이 층이 열을 막고 습기를 머금었다 내놓습니다.

물론 무게가 커지면 그만큼 받쳐야 할 것도 늘어납니다. 공포와 무거운 지붕은 하나를 해결하려고 다른 하나를 만든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전제로 함께 자리 잡은 조합입니다. 한쪽만 떼어 내면 나머지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못을 안 쓴다는 것의 의미

부재들은 서로 홈을 파고 끼워 맞춥니다. 못이나 접착제로 굳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기술의 제약은 아닙니다. 얻는 것이 있습니다.

  • 약간의 움직임이 허용됩니다. 지진이나 강풍으로 흔들릴 때 접합부가 조금씩 어긋나며 힘을 흘려보냅니다. 완전히 굳어 있으면 그 힘이 부재를 부러뜨리는 데 쓰입니다.
  • 나무의 수축과 팽창을 견딥니다. 나무는 습도에 따라 부피가 변합니다. 굳게 고정하면 갈라집니다.
  • 해체와 교체가 됩니다. 썩은 부재 하나를 빼고 새것을 끼울 수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실무로 옮겨 읽으면

  • 밖으로 나간 하중은 되돌려야 합니다. 그대로 두면 누르는 힘이 아니라 비트는 힘이 됩니다. 성격이 다른 힘이라 대응도 달라야 합니다.
  • 큰 부재 하나보다 작은 부재 여럿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재료 조달과 교체 가능성까지 넣으면 특히 그렇습니다.
  • 완전히 고정하지 않는 것이 더 오래갈 수 있습니다. 흔들릴 여지를 남기면 힘이 흘러 나갑니다.
  • 부분을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들면 전체가 오래갑니다. 수명은 가장 약한 부재가 아니라 그 부재를 교체할 수 있는가로 정해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구조에서 눈에 보이는 짜임은 장식이 아니라 하중이 지나가는 경로 그 자체입니다. 어디를 거쳐 어디로 가는지가 형태로 드러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문화유산 자료와 건축사 연구를 바탕으로 한 해설입니다. 배흘림의 목적과 형식의 시대 구분에 대해서는 연구자마다 견해가 갈립니다. 최종 확인일: 2026-08-22.

작성: Timonology 편집팀 — 형태에서 하중의 경로를 읽습니다.

참고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의 부석사 무량수전 정보
  • 공포가 처마 하중을 여러 단에 걸쳐 기둥 축으로 전달하는 방식
  • 공포를 기둥 위에만 두는 형식과 기둥 사이에도 두는 형식의 차이
  • 짜맞춤 접합이 변형을 허용해 힘을 흘려보내는 특성
  • 지붕 하중이 접합부를 압착하고 흔들림 주기에 영향을 주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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