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비로전 전각과 그 아래를 받치는 석조 기단

자연석 위에 다듬은 돌을 얹었다 — 불국사 석축이 흔들림을 견딘 방식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불국사 석축 및 석조 기단의 구조에 관한 건축사 연구, 신라 석조 건축의 그렝이 기법에 관한 조사 자료, 석조 구조물의 마찰 저항과 내진 거동에 관한 구조공학 문헌, 국가유산청 불국사 관련 문화유산 자료
자료 시점 — 8세기 창건 이후 석조 유구
정리 — Timonology 편집팀 · 2026.8

불국사의 석축을 가까이서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아래쪽은 울퉁불퉁한 자연석 그대로인데, 그 위에 반듯하게 다듬은 돌이 얹혀 있습니다. 게다가 위쪽 돌의 밑면이 아래 돌의 굴곡을 따라 파여 있습니다.

솜씨가 부족해서 아래를 못 다듬은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입니다. 아래를 다듬지 않는 편이 더 잘 버티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고, 그 대신 위쪽 돌을 굴곡에 맞춰 깎는 훨씬 번거로운 작업을 택한 것입니다.

그렝이 — 굴곡을 «옮겨 그린다»

아래 돌의 울퉁불퉁한 윤곽을 위 돌의 밑면에 그대로 옮겨 그린 뒤, 그 선대로 파내는 방식을 그렝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두 돌은 한 면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서로 맞물립니다.

⇒ 이것이 왜 유리한지는 힘의 방향으로 보면 분명합니다.

  • 평평한 면끼리 얹으면 위 돌이 옆으로 밀릴 때 붙잡아 주는 것이 마찰뿐입니다.
  • 맞물린 면끼리 얹으면 옆으로 밀리려는 순간 굴곡 자체가 걸립니다. 밀려면 돌을 들어 올려야 합니다.

★즉 그렝이는 접착제 없이 «걸림»을 만들어 내는 기법입니다. 못도 회반죽도 쓰지 않고 옆으로 미는 힘에 저항하게 만드는 방법이 이것입니다.

불국사 경내의 석조 기단과 계단, 다듬은 돌과 자연석이 함께 쓰였다
다듬은 돌과 다듬지 않은 돌이 한 벽면에 함께 있습니다. 이 «섞임»이 기법의 이름이자 결과입니다. 사진: Bernard Gagnon / Wikimedia Commons (CC0)

왜 아래는 자연석을 그냥 쓰나

여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 자연석은 이미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안정된 상태입니다. 파내고 다듬으면 그 안정이 깨집니다.
  • 바닥에 가까울수록 하중이 큽니다. 큰 돌을 그대로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 다듬는 작업 자체가 돌을 약하게 만듭니다. 화강암은 정으로 때려 다듬는 과정에서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깁니다.

아래는 손대지 않고, 위에서 맞춘다. 이 순서가 불국사 석축이 택한 원칙입니다.

흔들림 앞에서 어떻게 되나

지진이나 지반 침하로 흔들림이 오면 이 구조는 이렇게 반응합니다.

구조 방식 흔들릴 때
회반죽으로 굳힌 조적 굳은 채로 버티다가 한계를 넘으면 한꺼번에 갈라짐
평평한 면을 쌓은 건식 조적 층이 밀려 어긋남
맞물린 건식 조적 조금 움직였다가 굴곡에 걸려 되돌아옴

★핵심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움직였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완전히 고정된 구조는 힘을 그대로 받아 내야 하지만, 약간 움직일 수 있는 구조는 그 움직임으로 힘을 흘려보냅니다.

돌과 돌 사이를 굳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틈이 있어야 조금씩 움직일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어야 부러지지 않습니다.

다만 만능은 아니다

이 방식에도 대가가 따릅니다.

  • 품이 많이 듭니다. 돌마다 상대 돌의 굴곡이 다르므로, 한 장씩 현장에서 맞춰 깎아야 합니다. 미리 규격대로 만들어 와서 조립할 수 없습니다.
  • 호환이 안 됩니다. 어느 돌 하나가 상해도 같은 자리에 다른 돌을 그냥 끼울 수 없습니다. 다시 맞춰 깎아야 합니다.
  • 큰 인장력에는 여전히 약합니다. 위에서 누르는 힘에는 강하지만, 잡아당기거나 들어 올리는 힘에는 돌 쌓기의 한계가 그대로 남습니다.

정밀한 대신 확장성이 없는 공법입니다. 그래서 이 방식은 하나뿐인 중요한 건물의 기단에 쓰이고, 성벽처럼 길게 뻗는 구조물에는 다른 방식이 쓰였습니다.

돌과 나무의 수명이 다르다는 문제

여기서 한 가지가 더 따라옵니다. 불국사는 아래는 돌, 위는 나무인 건물입니다. 그런데 두 재료의 수명이 전혀 다릅니다.

  • 나무는 불에 타고, 썩고, 벌레가 먹습니다. 수백 년 사이에 여러 차례 다시 지어집니다.
  • 은 그 자리에 남습니다.

⇒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아래와 위의 «나이»가 다릅니다. 기단은 창건에 가까운 것이 있고, 그 위의 전각은 훨씬 뒤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이 구성은 사실 의도된 이점이기도 합니다. 석조 기단이 살아 있으면 같은 자리에 같은 규모로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주춧돌의 위치가 기둥의 위치를 그대로 지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목조 건물이 사라져도 치수 정보가 돌에 남아 있는 셈입니다.

⇒ 오래가는 부분과 자주 갈아야 하는 부분을 갈라 놓고, 오래가는 쪽에 정보를 남기는 구성입니다.

실무로 옮겨 읽으면

  • 기존 조건을 바꾸지 말고 새것을 맞추는 편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기반을 손대면 안정이 깨집니다. 어느 쪽을 맞출지는 «어느 쪽이 이미 안정돼 있는가»로 판단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고정»과 «견딤»은 다릅니다. 완전히 굳혀 놓은 구조가 더 안전해 보이지만, 힘이 클 때는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조금 움직일 여지가 오히려 수명을 늘립니다.
  • 현장 맞춤은 정밀하지만 확장되지 않습니다. 규격화를 포기하면 품질은 올라가고 물량은 못 냅니다. 무엇을 만드는지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 한 부분만 교체할 수 없는 구조는 유지보수 비용이 뒤에 몰립니다. 만들 때 싸고 고칠 때 비싼 구조인지, 반대인지를 처음에 따져 두는 편이 좋습니다.

덧붙이면, 이 «맞물림»의 발상은 석축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목조 부재를 서로 물려 끼우는 짜맞춤도, 기둥 밑면을 주춧돌의 굴곡에 맞춰 깎는 방식도 같은 원리 위에 있습니다. 재료가 달라도 «접착하지 않고 형태로 붙잡는다»는 해법은 같습니다.

불국사 석축을 만든 사람들이 마찰계수를 계산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쌓으면 오래 서 있는지는 알고 있었고, 그 앎이 «아래를 다듬지 않는다»는 반직관적인 선택으로 남았습니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학술 연구와 문화유산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해설입니다. 현존 석조 유구 중 창건 당시의 것과 후대 보수분의 구분은 부위마다 견해가 갈리므로, 특정 부위를 인용할 때는 조사 보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확인일: 2026-08-10.

작성: Timonology 편집팀 — 손대지 않은 쪽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

  • 불국사 석축 및 석조 기단 구조에 관한 건축사 연구
  • 신라 석조 건축의 그렝이 기법 조사 자료
  • 석조 구조물의 마찰 저항과 내진 거동에 관한 구조공학 문헌
  • 국가유산청 불국사 문화유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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