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쪽 단 위에 크고 작은 옹기 항아리가 여러 개 놓여 있는 모습

물은 새지 않는데 공기는 드나든다 — 옹기의 기공 구조와 저장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국가유산청의 옹기장 무형유산 관련 자료, 도기와 자기의 소성 온도 및 흡수율 구분에 관한 요업 자료, 옹기 태토의 입자 구성과 소성 후 기공 형성에 관한 연구, 잿물 유약의 조성과 소성 특성에 관한 자료
자료 시점 — 전통 제작 방식 및 현대 요업 연구 기준
정리 — Timonology 편집팀 · 2026.8

그릇을 굽는 목적 하나는 물이 새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흙을 높은 온도로 구우면 입자들이 녹아 붙어 빈틈이 사라지고, 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옹기는 어중간합니다. 완전히 치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장을 담가 두어도 새지 않고, 오히려 그 어중간함이 쓸모가 됩니다.

온도가 다르면 다른 재료가 됩니다

같은 흙이라도 굽는 온도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 온도가 낮으면 입자들이 서로 살짝 붙는 데 그칩니다. 사이에 빈 공간이 남습니다.
  • 온도가 높으면 성분 일부가 녹아 유리질이 되면서 빈 공간을 메웁니다. 물이 못 지나갑니다.

백자처럼 아주 높은 온도로 구운 것은 뒤쪽입니다. 옹기는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 굽습니다. 그래서 몸체 안에 미세한 빈 공간이 남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덜 구운 그릇처럼 들립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굵은 알갱이를 일부러 섞습니다

옹기에 쓰는 흙은 곱게 거른 흙이 아닙니다. 굵은 알갱이가 섞인 흙을 씁니다.

이 알갱이들은 구울 때 주변 흙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수축하는 정도가 달라 경계에 아주 작은 틈이 생깁니다. 그리고 흙에 섞인 유기물이 타 없어지면서 그 자리에도 공간이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몸체 안에 작은 구멍들이 서로 이어진 그물이 만들어집니다. 이게 이 그릇의 핵심 구조입니다.

돌로 쌓은 단 위에 옹기 항아리들이 줄지어 놓인 장독대
강화도의 장독대. 바닥을 돌로 높여 습기를 피하고, 항아리 사이를 띄워 공기가 돌게 했습니다. 사진: Bernard Gagnon / Wikimedia Commons (CC0)

그런데 왜 새지 않는가

구멍이 있으면 물이 새야 할 것 같습니다. 새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겹칩니다.

첫째, 구멍이 아주 작습니다. 액체는 좁은 틈을 지날 때 표면 장력 때문에 쉽게 통과하지 못합니다. 구멍이 작을수록 이 저항이 큽니다. 반면 기체는 훨씬 수월하게 지나갑니다.

둘째, 안팎에 유약이 입혀져 있습니다. 옹기에는 잿물 계열의 유약을 발라 굽습니다. 이 층이 표면을 덮어 액체가 스며드는 것을 막습니다.

몸체는 통기성을 남기고 표면은 방수를 맡는 이중 구조입니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발효 저장에 맞는 이유

장과 김치는 미생물이 일하는 식품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체가 생깁니다.

밀폐 용기라면 안에 압력이 차오릅니다. 그래서 현대의 발효 용기에는 기체를 빼주는 장치가 따로 붙습니다.

옹기에는 그 장치가 필요 없습니다. 몸체를 통해 기체가 천천히 오갑니다. 압력이 쌓이지 않고, 발효에 필요한 만큼의 공기 교환도 일어납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숨을 쉰다는 표현은 비유입니다. 실제 교환량은 태토와 소성 조건에 따라 크게 다르고, 그릇마다 같지 않습니다. 정량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말하려면 조건을 함께 밝혀야 합니다.

만드는 방법도 이 성질과 이어집니다

큰 항아리를 물레만으로 한 번에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흙이 자기 무게를 못 이겨 주저앉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옹기는 대체로 띠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흙을 넓적한 띠 모양으로 만들어 벽을 한 바퀴 두르고, 그 위에 다시 두르기를 반복해 높이를 올립니다. 한 단을 올릴 때마다 안팎에서 도구로 두드려 붙입니다.

이 두드리는 작업이 마무리 손질만은 아닙니다.

  • 띠와 띠의 경계를 없앱니다. 여기가 붙지 않으면 나중에 그 선을 따라 갈라집니다.
  • 벽의 두께를 고르게 만듭니다. 두께가 들쭉날쭉하면 구울 때 수축 정도가 달라 뒤틀립니다.
  • 흙 속의 공기 덩어리를 뺍니다. 큰 기포가 남아 있으면 구울 때 부풀어 터집니다.

여기서 구분이 하나 필요합니다. 앞에서 본 미세한 기공은 남기고, 큰 기포는 없애야 합니다. 둘 다 빈 공간인데 하나는 기능이고 하나는 결함입니다.

크기가 다르면 역할이 다릅니다. 작은 것은 기체가 지나는 길이 되고, 큰 것은 벽을 약하게 만들고 소성 중에 파손을 부릅니다. 같은 종류의 것이라도 규모가 달라지면 성질이 뒤집히는 사례입니다.

장독대라는 자리

그릇만으로 저장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어디에 두느냐가 함께 작동합니다.

  • 집 안이 아니라 마당에 둡니다. 볕과 바람이 닿는 자리입니다.
  • 바닥을 돌로 높입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피합니다.
  • 항아리 사이를 띄웁니다. 공기가 돌아 나갑니다.
  • 뚜껑을 여닫습니다. 맑은 날 열어 볕을 쬐고 비가 오면 덮습니다.

앞에서 본 통기성은 주변 공기가 바뀔 때 의미가 있습니다. 정체된 공간에 두면 교환할 상대가 없습니다. 그릇의 성질과 놓는 자리가 한 짝입니다.

지역마다 모양이 다릅니다

옹기의 형태가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설명이 널리 전해집니다. 남쪽 것은 배가 부르고 아가리가 넓은 편이고, 북쪽으로 갈수록 길쭉하고 아가리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로는 볕과 기온이 자주 언급됩니다. 볕이 강한 곳에서는 넓은 아가리로 볕을 많이 받게 하고, 추운 곳에서는 표면을 줄여 열을 덜 뺏기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 구분은 경향이지 규칙이 아니고, 자료에 따라 서술이 다릅니다. 확실한 것은 같은 용도의 그릇이 지역마다 다른 형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입니다.

실무로 옮겨 읽으면

  • 완전함이 언제나 목표는 아닙니다. 물을 완전히 막는 그릇을 만들 기술이 없어서 옹기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같은 시기에 훨씬 치밀한 그릇도 만들고 있었습니다.
  • 성질이 다른 두 층을 겹쳐 원하는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통기성과 방수는 한 재료로 동시에 얻기 어렵습니다. 역할을 나눠 맡겼습니다.
  • 재료를 정제하는 것이 늘 개선은 아닙니다. 굵은 알갱이를 남긴 것이 기공을 만들었습니다. 불순물로 보이던 것이 기능이었습니다.
  • 물건의 성능은 놓이는 환경까지 포함합니다. 같은 항아리도 밀폐된 창고에 두면 설계 의도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 그릇이 다루는 것은 막을 것과 통과시킬 것을 갈라놓는 일입니다. 액체는 막고 기체는 보냅니다. 그 구분을 재료의 구조로 해결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무형유산 자료와 요업 연구를 바탕으로 한 해설입니다. 기체 투과 정도와 지역별 형태 차이는 제작 조건과 자료에 따라 서술이 다릅니다. 최종 확인일: 2026-08-22.

작성: Timonology 편집팀 — 막을 것과 보낼 것을 갈라 봅니다.

참고

  • 소성 온도에 따른 도기와 자기의 치밀도 차이
  • 굵은 입자와 유기물이 소성 과정에서 기공을 형성하는 방식
  • 잿물 유약층이 표면에서 액체 침투를 막는 역할
  • 장독대의 배치가 통기성과 함께 작동하는 방식
  • 띠쌓기 성형과 두드림 작업이 벽의 균질성에 미치는 영향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