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활이 왜 더 멀리 나가나 — 각궁, 뿔과 힘줄로 만든 복합재료 스프링
각궁은 물소뿔·소힘줄·대나무를 겹쳐 만든 복합궁이다. 뿔은 눌리는 면에, 힘줄은 늘어나는 면에 붙인다. 짧은 활이 큰 에너지를 저장하는 이유와, 접착제가 생선 부레라 장마철에는 만들 수 없었던 대가를 함께 정리한다.
각궁은 물소뿔·소힘줄·대나무를 겹쳐 만든 복합궁이다. 뿔은 눌리는 면에, 힘줄은 늘어나는 면에 붙인다. 짧은 활이 큰 에너지를 저장하는 이유와, 접착제가 생선 부레라 장마철에는 만들 수 없었던 대가를 함께 정리한다.
백자의 흰색은 좋은 흙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1,200도를 넘겨 유리화를 일으키고, 그 온도에서 가마 안 산소를 조절해 철분을 다스려야 얻어지는 색이다. 광주 분원의 가마터 285기, 두 쪽으로 붙인 달항아리, 그리고 수입 코발트의 경제학까지 정리한다.
도(度)·량(量)·형(衡)은 서로 다른 문제였고, 되 하나의 크기가 세금을 바꿨다. 기장 알에서 출발한 조선의 기준자부터 1902년 평식원, 그리고 2019년 플랑크 상수에 묶인 킬로그램까지 — 표준을 어디에 걸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을 따라간다.
수원 화성은 2년 8개월 만에 완성됐고, 5년 뒤 그 공사의 비용·자재·임금·도면이 책으로 간행됐다. 『화성성역의궤』가 무엇을 적었는지, 그 기록이 20세기 복원과 세계유산 등재를 어떻게 가능하게 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 정리한다.
한옥의 기둥은 땅에 박히지 않고 돌 위에 얹혀 있다. 이음은 못이 아니라 서로의 몸을 파고 물린다. 이 구조가 왜 흔들림에 유리한지, 공포와 처마는 어떤 역학 문제를 함께 푸는지, 그리고 오늘날 어떻게 조사되고 복원되는지를 정리한다.
역법은 달력이 아니라 하늘을 계산하는 체계다. 기준 지점이 다르면 절기도 일식 예보 시각도 어긋난다. 세종 대에 한양을 기준으로 계산을 다시 맞춘 『칠정산』이 무엇을 바꿨는지, 그리고 그 성취를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따져 본다.
수백 년 전 닥종이 문서는 아직 넘길 수 있는데, 20세기 중반에 찍은 책은 손대면 바스러진다. 한지의 보존성은 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섬유 길이와 산성도의 문제다. 원료·공정·화학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한지를 재료과학의 언어로 읽어 본다.
신기전은 활로 쏘는 화살이 아니라, 화살대에 묶인 약통이 연소 가스를 뒤로 뿜어 스스로 날아가는 추진식 화살이었다. 화차는 그 화살 수십 발을 한 틀에 꽂아 동시에 내보내는 다연장 발사대였다. 명중률 대신 제압 범위를 택한 이 설계를 공학의 언어로 분석한다.
자격루는 물의 흐름을 재는 시계인 동시에, 부표와 구슬과 지렛대를 엮어 스스로 종을 치는 자동 시보 장치였다. 앙부일구는 오목한 반구면 위에 하늘을 그대로 옮겨 시각과 절기를 함께 읽게 만든 해시계였다. 두 기계를 계측공학과 제어공학의 언어로 다시 읽어본다.
석굴암은 천연 동굴을 파낸 것이 아니라 다듬은 돌을 쌓아 만든 인공 석굴이다. 돔이 밖으로 밀어내는 힘을 쐐기돌로 붙잡는 구조, 그리고 20세기 보수 이후 이어진 습기와의 싸움을 공학의 언어로 정리한다. 원래 설계의 작동 원리를 모른 채 ‘더 튼튼하게’ 고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