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올리는 것과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 화성 축조의 유형거와 녹로
수원 화성 이야기에는 거의 언제나 거중기가 나옵니다. 적은 힘으로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린 기계입니다.
그런데 성을 쌓는 일을 공정으로 따라가 보면, 드는 것은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 앞에 훨씬 자주 반복되는 일이 있습니다.
채석장에서 공사장까지 돌을 옮기는 것.
두 문제는 성격이 다릅니다
드는 것은 «수직» 문제입니다. 중력을 그대로 거슬러야 하고, 필요한 일의 양은 무게와 높이로 정해집니다. 도르래를 여러 개 걸면 힘을 나눠 줄일 수 있습니다. 대신 당겨야 하는 줄의 길이가 늘어납니다.
옮기는 것은 «수평» 문제입니다. 여기서 상대하는 것은 중력이 아니라 마찰입니다.
그리고 이 둘은 빈도가 다릅니다. 돌 하나를 제자리에 올리는 일은 마지막에 한 번이지만, 그 돌을 옮기는 일은 거리만큼 계속됩니다. 공사 전체로 보면 운반이 훨씬 큰 몫을 차지합니다.
수레가 답이 되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무거운 것을 옮기는 가장 익숙한 답은 바퀴입니다. 그런데 바퀴는 조건이 붙는 해법입니다.
- 바닥이 단단해야 합니다. 무른 흙에서는 바퀴가 파고들어 오히려 저항이 커집니다.
- 바닥이 고르게 이어져야 합니다. 턱이 있으면 바퀴는 그 턱을 «넘어야» 하고, 그 순간 필요한 힘이 급격히 커집니다.
- 경사에서 제동이 되어야 합니다. 내리막에서 무거운 짐수레는 «멈추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성곽 공사는 이 조건이 잘 안 맞습니다. 성은 대개 높은 곳에 쌓고, 공사장 주변은 파헤쳐져 있으며, 임시로 낸 길은 다져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유형거입니다
유형거는 돌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수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레를 썼다」가 아니라 「어떤 수레였나」입니다.
일반적인 짐수레와 갈리는 지점을 원리로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싣고 내리는 동작이 설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무거운 돌은 «올리는» 것 자체가 일입니다. 짐칸이 기울거나 축을 중심으로 움직여 지렛대처럼 돌을 끌어올릴 수 있으면, 별도의 인력이 크게 줄어듭니다.
둘째, 공사장 안에서 쓰는 수레라는 점. 먼 길을 달리는 수레가 아니라 짧은 거리를 반복해서 오가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속도보다 싣고 내리는 시간이 성능을 정합니다.
즉 유형거의 이점은 「빠르다」가 아니라 「한 번 돌리는 데 드는 사람과 시간이 적다」입니다. 반복 횟수가 많은 작업에서는 이 차이가 총량으로 쌓입니다.
녹로는 방향을 바꿉니다
녹로는 기둥을 세우고 도르래를 매달아 줄을 감아올리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힘의 방향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위로 미는 힘보다 아래로 당기거나 옆으로 미는 힘을 훨씬 잘 씁니다. 몸무게를 실을 수 있고 여러 명이 붙기도 쉽습니다.
녹로는 그 «쓰기 좋은 방향»의 힘을 «필요한 방향»으로 바꿔 줍니다. 도르래를 늘리면 힘은 더 줄지만 감아야 할 줄이 길어집니다. 이득과 비용이 맞바뀌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녹로는 높은 곳으로 올릴 때 값이 큽니다. 성벽이 올라갈수록 사람이 직접 들어 올릴 수 있는 높이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병목은 기계가 아니라 «길»이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해서 읽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기계 이야기는 «무엇을 만들었나»로 흐르기 쉽습니다. 그런데 운반의 실제 성능은 길의 상태가 크게 정합니다. 같은 수레라도 다져진 길과 진창에서는 결과가 다릅니다.
서버의 다른 글에서 다룬 사례가 이 점을 보여 줍니다. 세종 때 들여온 수차가 조선 논에 퍼지지 못한 것은 기계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였습니다. 운반 기구도 같은 층위의 제약을 받습니다.
⇒ 그래서 「기계 덕분에 공사가 빨라졌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습니다. 기계가 이득을 내려면 길을 내고 다지는 작업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 작업은 기록에도 잘 남지 않고 이야기에도 잘 안 나옵니다.
수치를 쓰지 않는 이유
유형거를 몇 대 만들었고 공사 기간이 얼마나 줄었으며 비용이 얼마나 절감됐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적지 않겠습니다.
『화성성역의궤』 원문을 이번에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차 자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르게 도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거중기의 역학적 이점 배수도 적지 않습니다. 그 수치와 그것을 둘러싼 오해는 이 사이트의 다른 글이 이미 다뤘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대신 운반 쪽만 썼습니다.
정리하면
- 드는 것과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은 중력, 뒤는 마찰을 상대합니다.
- 빈도가 다릅니다. 드는 일은 마지막 한 번이고 옮기는 일은 거리만큼 반복됩니다. 공사 총량에서는 운반이 더 큽니다.
- 바퀴는 조건이 붙는 해법입니다. 단단하고 고른 바닥, 경사에서의 제동이 필요합니다.
- ★유형거의 이점은 속도가 아니라 「한 번 돌리는 데 드는 사람과 시간」입니다. 반복이 많으면 그 차이가 쌓입니다.
- 녹로는 힘의 «방향»을 바꿉니다. 사람이 쓰기 좋은 방향의 힘을 필요한 방향으로 돌리고, 도르래를 늘리면 힘 대신 줄 길이를 씁니다.
- ★병목은 기계가 아니라 「길」이었을 수 있습니다. 기계가 이득을 내려면 다져진 길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 수치는 적지 않았습니다. 『화성성역의궤』 원문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본 콘텐츠는 조선 후기 축성 기술의 원리를 정리한 해설입니다. 유형거·녹로의 제작 대수와 공사 기간·절감 비용, 거중기의 역학적 이점 배수는 원문을 직접 확인하지 않아 본문에 적지 않았습니다. 정약용의 설계 관여 범위는 논쟁 영역이므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최종 확인일: 2026-08-28.
작성: Timonology 편집팀 — 「들었다」는 이야기에 가려진 「옮겼다」 쪽을 꺼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참고
- 『화성성역의궤』의 축성 기구 기록
- 도르래·지렛대의 역학적 이점과 그 대가
- 바퀴 운반이 성립하기 위한 노면 조건
- 기술 도입과 조건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