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파내고 다른 흙을 메웠다 — 고려청자 상감기법의 공정과 실패율
고려 상감청자의 무늬를 보면 흰 학과 검은 윤곽선이 유약 아래에 잠겨 있습니다. 그림처럼 보이지만 그린 것이 아닙니다.
파낸 다음, 다른 흙으로 메운 것입니다.
말로 하면 간단한데, 실제로는 성질이 서로 다른 흙 여럿을 한 몸으로 만들어 1,250~1,300℃의 환원염에 넣는 일입니다. 이 문장 안에 이 기법의 어려움이 다 들어 있습니다.
⇒ 온도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청자」 항목이 1,250~1,300℃ 정도에서 환원염으로 구워낸 자기로 정리한 값이고, 같은 사전의 「번조」 항목은 고려청자가 상질(上質)의 경우 1,300℃ 전후라고 적고 있습니다. ★즉 상한에 가까울수록 좋은 물건이 나오는 구간입니다.
공정 — 어디서 무엇이 결정되나
1. 성형과 반건조. 그릇을 만든 뒤 완전히 마르기 전, 가죽처럼 단단해진 상태에서 다음 작업을 합니다. 너무 젖으면 파낸 자리가 뭉개지고, 너무 마르면 갈라집니다. 작업이 가능한 시간대의 폭이 좁습니다.
2. 문양 새기기. 칼로 무늬를 파냅니다. 깊이가 일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색의 농도가 달라집니다.
3. 메우기. 파낸 자리에 다른 흙을 채웁니다. 흰 무늬에는 백토, 검은 무늬에는 철분이 많은 흙을 씁니다. 여기서 나오는 색은 안료를 바른 색이 아니라 흙 자체의 성분이 불을 만나 내는 색입니다.
4. 깎아내기. 메운 흙이 마른 뒤 표면을 깎아 평평하게 만듭니다. 이 단계에서 무늬의 윤곽이 확정됩니다.
5. 초벌 → 유약 → 재벌. 그리고 가마에 들어갑니다.

왜 어려운가 — 흙마다 줄어드는 정도가 다르다
여기가 이 기법의 핵심 난점입니다.
흙은 마르면서 줄어들고, 구우면 또 줄어듭니다. 그 줄어드는 비율이 흙마다 다릅니다.
⇒ 바탕흙과 메운 흙의 수축률이 어긋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뻔합니다.
- 메운 흙이 더 많이 줄면 경계에 틈이 생깁니다.
- 덜 줄면 밀려 올라오거나 바탕을 갈라 놓습니다.
- 어느 쪽이든 유약이 그 틈으로 들어가 무늬가 번지거나 흐려집니다.
★그래서 상감청자는 «무늬를 잘 새기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흙을 어울리게 고르는» 재료 기술입니다. 잘 새겨 놓고 가마에서 갈라져 나오는 일이 흔했을 것입니다.
색은 유약이 아니라 «공기»가 정한다
청자의 푸른빛은 유약 속 철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같은 철분이 붉게도 나오고 푸르게도 나옵니다. 무엇이 가르는가 하면 가마 안의 공기입니다.
- 산소가 충분하면 철은 누렇거나 붉은 쪽으로 갑니다.
- 산소가 모자란 상태로 구우면 푸른 쪽으로 갑니다.
⇒ 즉 청자를 만들려면 가마 안 산소를 일부러 부족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불을 세게 때면서 동시에 산소를 조절하는 것은 온도계도 산소계도 없이 하기에는 매우 까다로운 일입니다.
여기에 상감이 겹칩니다. 같은 불이 바탕색도 정하고, 흰 무늬와 검은 무늬의 발색도 함께 정합니다. 셋 중 하나만 어긋나도 물건이 됩니다. 하나의 조건으로 세 가지 결과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실패가 많았다
요지 발굴에서 나오는 것은 완성품만이 아닙니다. 깨져서 버려진 것들이 함께 나옵니다. 가마터에 쌓인 그 조각들이 이 기법의 실제 성공률을 짐작하게 합니다.
기록에 남은 명품들은 살아남은 것들입니다. 그 뒤에 몇 배의 실패가 있었는지는 완성품만 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 ★이 점이 중요합니다. 고려청자가 «귀했다»는 말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수율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잘 만들어서 비쌌던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비율이 낮아서 비쌌습니다.
이 기법은 어디서 왔나 — 다른 재료의 방식을 흙으로 옮기다
«파내고 다른 재료를 메운다»는 발상 자체는 도자기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 금속공예의 입사(入絲) — 쇠나 청동 표면에 홈을 파고 은실이나 금실을 두드려 박아 넣는 기법입니다. 고려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쓰였습니다.
- 나무의 나전 — 표면을 파내고 조개껍질을 끼워 넣습니다.
⇒ 두 기법 모두 «바탕을 파고 다른 것을 메운다»는 구조가 같습니다. 상감청자는 그 방식을 흙이라는 훨씬 까다로운 재료로 옮겨 온 것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옮기는 순간 문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금속과 조개껍질은 박아 넣은 뒤에 더는 변하지 않습니다. 흙은 그 뒤에 말리고 굽는 두 번의 변형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같은 발상인데 난이도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무로 옮겨 읽으면
- 서로 다른 재료를 붙일 때는 «움직이는 폭»을 맞추십시오. 각각이 아무리 좋아도 늘고 주는 정도가 다르면 경계에서 깨집니다. 재료를 섞는 모든 작업에 해당하는 원칙입니다.
- 작업 가능 시간대가 좁은 공정은 숙련도가 곧 수율입니다. 반건조 상태에서만 되는 작업은 사람의 감각에 의존합니다. 이런 공정은 사람을 바꾸면 결과가 바뀝니다.
- 하나의 조건으로 여러 결과를 동시에 맞춰야 하면 난이도가 곱해집니다. 가마 안 공기 하나가 바탕·흰무늬·검은무늬를 함께 정합니다. 변수를 분리할 수 없는 공정은 조정이 아니라 도박이 됩니다.
- 남은 완성품으로 기술 수준을 판단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보는 것은 통과한 것들뿐입니다. 실패한 쪽을 세어야 그 기술의 실제 난이도가 보입니다.
덧붙이면, 이 기법이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흰 흙을 더 넓은 면에 거칠게 쓰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정밀도를 낮추는 대신 수율을 올린 것으로 읽을 수 있는 변화입니다.
상감청자를 만든 사람들은 수축률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흙과 어느 흙을 함께 쓰면 갈라지지 않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앎은 계산이 아니라 깨진 그릇 수만 개에서 나왔습니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학술 연구와 발굴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해설입니다. 태토·유약 조성과 소성 조건은 요지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수치를 인용할 때는 해당 분석 보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확인일: 2026-08-11.
작성: Timonology 편집팀 — 남은 명품보다 깨진 쪽을 셉니다.
참고
- 고려 상감청자의 제작기법 및 태토 분석 연구
- 강진·부안 청자 요지 발굴 조사 보고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청자」(E0056611) — 1,250~1,300℃ 환원염 소성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번조」(E0022531) — 고려청자 상질 1,300℃ 전후
- 청자 유약의 환원소성과 발색에 관한 도자공학 문헌
-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 소장품 자료